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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11월호]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환경 파괴에 대한 반성

    백수인(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조선대 명예교수)

     

    고향 마을 들판에 서서 산기슭 밑으로 난 신작로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택시, 승용차, 크고 작은 트럭, 버스 등 다양한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걷던 이 신작로를 떠올려 보면 엄청나게 변화한 모습이다. 그 시절 걷던 자갈길 신작로에는 온종일 불과 몇 대의 자동차와 자전거. 그리고 우마차가 지나갈 뿐이었다. 그 먼지 풀풀 나던 팍팍한 자갈길이 지금은 2차선 아스팔트 길로 바뀌었고, 지게를 지고 지나던 좁은 논둑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폭넓은 농로가 되었다. 그 위로 경운기가 지나가고 트랙터와 콤바인이 지나간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무서운 속도로 문화가 발전한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 이 문화 발전이란 어떤 가치를 지닐까 생각해 보았다.
     

    문화의 의미는 그 범위가 매우 넓고 다양하다. 문화는 서양문화, 동양문화, 한국문화, 중국문화, 호남문화, 영남문화 등 공간의 구획에 따라 가르기도 하고, 고대문화, 중세문화, 현대문화 등 시기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영역에 따라 주거문화, 음식문화, 복식문화, 교통문화, 조직문화 등이나 정치문화, 경제문화, 사회문화 등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류가 추구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을 간략히 말하자면 ‘자연’에 ‘인간’의 힘(인위)을 보태는 모든 변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식과 정보를 소통하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면서 20세기를 통과한 세계의 문화는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 성과를 거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들의 편의성과 물질적 이익만을 목표로 하는 문화 발전에만 치중한 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인간의 문화 발전에 대한 태도에 반성이 시작된 것은 그 역사가 매우 짧다. 약 50년 전부터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금씩 일기 시작했을 뿐이다. 쓰레기의 분리 배출, 화석 연료 사용 줄이기 등의 작은 실천과 노력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인간의 편의만을 생각하고 지구 환경을 도외시한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이 환경 문제를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자연 환경은 파괴될 대로 파괴되어 빙하가 녹아 흘러 해수면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기상이변이 인류의 재해로 되돌아오기 시작한 이후에야 비로소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니 말이다.
     

    근자에 우리 인류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펜데믹’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을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인류 사회의 변화에 대해 여러 가지 예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환경 파괴에 대한 반성과 이를 만회하고자 하는 인류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 자주 출현하는 변이 바이러스는 인류를 크게 위협해 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인간들이 자행한 무차별적 환경 파괴로 인해 동물 서식지가 감소한 것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지구 환경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인류의 무모한 개발과 환경 파괴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더 이상 당장의 편리함만을 좇는 인간의 문화 발전에 대한 시각과 가치가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에 대한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인류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지구의 절규를 담은 졸시 한 편을 읽어보자.
     

     

    나는 지구다

    해와 달과 샛별과 수성과 화성과 목성과

    온 하늘 반짝이는 은하의 수많은 친구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었다

     

    나는 내 나이를 모른다

    얼마나 살았는지 셈할 필요도 없다

    우주라는 드넓은 세상에 흘러가는대로 사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그런데 어느 땐가부터 내 몸에 ‘사람’이라는 바이러스가

    들어와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처음 내 살갗에 들어와 다소곳이 오순도순 살 때는

    사소한 가려움증 조차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가 중년의 몸이 되었을 때

    ‘사람바이러스’는 내 몸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흐르는 핏줄을 가로막고 근육을 파먹기 일쑤였다

    나는 열이 나고 기침이 나왔다

    통증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들은 내 숨구멍에, 허파에 불을 지르고

    위장에, 콩팥에 오물을 붓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숨이 가쁘고 몸이 떨리고 복통이 심해졌다

     

    나는 내 몸을 그들로부터 지켜야 했다

    이 ‘사람바이러스’를 순치하거나 퇴치해야만 했다

    맨 처음 천연두 백신을 개발해 투여했다

    그러자 그들은 세력을 잃은 듯 잠시 잠잠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람바이러스’들은

    또다시 내 몸에 창궐하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 나는 계속 더욱 강력한 백신을 투여해야만 했다

    페스트, 콜레라, 사스, 메르스, 코로나 백신을

    계속 투여하며 지금 나는 고달픈 삶을 견디고 있다

     

    ‘사람바이러스’여

    눈앞의 욕망을 버리고 먼 미래를 보라

    예전의 그 평화롭던 시절로 돌아가다오

    내 죽으면 너희도 공멸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사람들아

    나와 함께 공존동생하려면 부디 내 몸을 지켜다오

    -백수인, <나는 지구다>, 시와시학동인시집 15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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