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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4월호] 

     

    보물섬 신안의 진달래

     

    주홍(치유예술가, 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신안군 자은도에는 둔장미술관이 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 바람이 불어서 전국에 시멘트로 담장이 바뀌고 초가지붕도 개량하고 마을 길을 닦을 때, 정부에서 내려온 시멘트로 동네 청년들이 모여 해변의 자갈과 모래를 지게로 나르고, 동네 뒷산 소나무를 베어 직접 지은 건물이다. 둔장마을 회관은 전국 최초의 마을 회관이었다고 한다. 마을 청년들의 손으로 만들어졌으나, 청년들은 섬을 떠나거나 늙어 50년의 흔적을 남긴 채 건물은 낡고 방치되어 흉물이 되었다.

     

     신안 섬을 사랑하는 미술인들과 함께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의 문제와 미래를 질문하고 답을 찾아갔다. ‘섬마다 방치된 빈집과 낡은 건물들을 어떻게 할까?’ ‘자연환경이 좋고 살기 좋은 신안을 왜 떠나는 것일까?’ ‘문화와 의료, 교육 등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그리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미술관을 생각했다.

     

     동아시아의 문화를 주름잡고 이끌던 신안 바다, 뱃길이 있지 않은가! 동아시아의 생명과 평화, 인권과 환경을 상징하고 동아시아의 작은 미술관들과 연대하는 거점으로 동아시아인권평화미술관을 계획했고 진행했다. 동아시아인권평화미술관은 곧 지어질 것이다.

     

     동아시아인권평화미술관을 비롯해 1,004개의 섬으로 상징되는 신안에는 안좌도를 비롯해 비금 도초까지 작은 미술관을 계획하고 실행 중이다. 처음으로 시작하는 작은 미술관이 바로 둔장미술관이다. 건물의 독특한 구조와 역사의 흔적은 남기면서 미술관으로 리모델링을 했지만, 섬 주민들에게 미술관은 낯설었다.

     

     사람들 속으로 스며드는 미술인 안혜경씨가 둔장마을에 한 달 동안 거주하며 마을 어른들의 초상화 35점을 그렸고, 그분들이 살아왔던 이야기와 함께 전시회를 하며 개관하게 됐다. 50년 전 그 건물을 지었던 청년들은 이제 마을의 어른이 됐고, 오래된 마을회관을 채운 그림과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그렇게 둔장 작은 미술관은 마을 회관에서 공동체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작년 가을, 생명평화미술행동 팀은 자은도 해변에서 바다 쓰레기를 주제로 연안미술행동을 했다. 그 미술 행동의 결과물과 사진,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들과 만장들로 ‘둔장, 생명과 평화의 땅’이라는 연안환경미술행동의 첫 전시의 문을 둔장미술관에서 열었다. 바다의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그림 만장들이 미술관 앞길에 세워져 바닷바람에 펄럭이고 오래된 계단 몇 개를 올라 좁은 입구를 들어서면, 오래된 작은 성전 같은 전시장이 펼쳐진다.

     

     나는 오프닝 행사로 미술관 앞마당에서 ‘바다생물과 인간의 화해’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홍성담 선생이 밤새 한지를 오려 만든 물고기와 사람 모양의 종이 인형을 막대기에 매달아 양손에 들고 승지나 작곡가의 즉흥연주에 맞춰 마을 주민들이 잡고 흔드는 푸른 천위를 걷고 뛰고 빙빙 돌면서 퍼포먼스를 했다. 바닷바람과 하나가 되는 경험이었다. 내가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가 내가 되고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하늘이 되고 하늘이 바다가 되고… 그러다가 다시 나는 나로, 물고기는 물고기로 돌아왔다. 눈을 떠보니 벚꽃이 날리고 있었다.

     

     비가 내려도 꽃비가 되는 4월, 눈부시게 만개한 남도의 꽃들이 신안 섬을 점령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팔금을 지났다. 유채꽃 들판을 지나고 벚꽃 터널을 지나 다리를 건너 중학생들을 만나고 미술 수업을 했던 2005년도의 봄날이 스쳐 지나갔다. 안좌중학교 미술교사 시절, 팔금중학교까지 두 학교 학생들을 미술로 만났다. 전교생이 23명이었던 팔금중학교는 꽃만 만발한 채 폐교가 돼 텅 비어 있었다. 안좌도 수화 김환기 생가 마루에 앉아 저녁하늘을 바라보던 그 날들도 스쳐 갔다. 앞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몇 송이를 따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에 반죽하고 진달래 화전을 부쳤다. 막걸리 한 잔과 화전으로 상을 차려 신안 섬들과 안좌도의 찬란한 봄을 기억하는 의식을 행하듯 지인들과 나눴다. 보물섬 신안의 꿈을 공유하고 진달래꽃 노래를 불렀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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