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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6월호] 

     

     

    시립사진전시관 폐관 유감

     

     

    김옥렬(다큐디자인, 광주전남 민언련 대표)

     

     

     광주는 ‘사진’에 빚진 도시다. 예향 운운할 때 몇 가지 예술 장르들의 역할이 거론되지만, 사진이라는 장르만큼 광주가 고마워해야 할 예술영역이 또 있을까? 뚱딴지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나 적어도 나는 그것이 궤변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

     

     80년 5월 광주의 그 고귀한 저항과 희생을 세상에 알리고, 엄연한 역사로 증언하게 한 게 바로 사진이다. 그날의 사진들은 빼도 박도 못 할 진실의 대못 역할을 해 주었다. 40년이 넘는 세월에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 날의 참상을 증언하는 가장 대표적인 웅변자가 바로 사진이었다.

     

     그 한없이 슬픈 눈동자의 유족 조천호 씨를 찍은 사진은 백 마디 천 마디의 말 보다 더 명백한 진실이자 상징이었다. 청년의 어깨를 무자비하게 내리치는 계엄군의 만행을 포착한 나경택 기자의 사진이, 40년 만에 세상에 나온 박태홍 기자, 노먼 소프 기자의 충격적인 사진들이 그러했다. 이름도 남김없이 카메라에 찍힌 얼굴 몇 장 남기고 사라진 ‘김 군’의 엄청난 진실도 사진 때문에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그 어떤 목소리보다 크고 웅장하며 쉽고 빠르게 그날을 설명하는 역할을 사진이 한다. 그래서 광주는 사진에 빚진 도시다.

     

     미디어아트나 영화(영상)보다는 ‘형’이지만 예술 장르에서 사진의 역사는 짧다. 그렇다고 근현대역사나 예술 분야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이 덩달아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크고 우뚝하다. 근래에는 기술의 발달로 일반인들도 매우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장르가 되었고, 그만큼 기반도 튼튼한 예술의 한 분야가 되었다. 전 국민이 사진과 함께하는 시대요 광주도 예외가 아니다.

     

     광주에 몇 년 전 공공사진 전시관이 생겨 큰 화제를 모았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은 발에 챌 정도로 많지만, 사진만을 전시하는 공공전시관이 문을 연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6년 광주문화예술회관 내 옛 시립미술관 자리에 광주 시립사진전시관이 생겼을 때 당연히 화제였다. 사진을 좋아하는 필자도 매우 기쁜 마음으로 개관전 ‘노랑나비는 새벽에 날다’ 전을 감상했던 기억이 새롭다. 처음 접하는 광주의 옛 사진들을 보면서 사진의 힘과 중요성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아마 사진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도 비슷했으리라 본다. 이후로도 굵직한 기획전이 여럿 열렸고 박하선, 리일천, 박구일, 이정록 등 보물 같은 지역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시립사진전시관은 그동안 전문 사진들과 매체예술 장르의 특성을 반영한 전문 전시장으로써 기획전과 대관전, 교육프로그램 등 전문 사진이나 영상작품 중심의 전시회를 19차례나 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광주 시립사진전시관’이 문을 닫는다. 쉽게 말해 없어진다. 개관 4년 8개월 만인 2021년 6월 말 폐관한다. “남도의 사진사를 정리하고 전문적으로 사진들을 연구·전시할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당초 뜻은 이제 사라진다.

     

     그런데 폐관의 이유가 좀 괴이하다. 지난해 9월부터 문화예술회관 측이 시립예술단원의 연습공간 부족을 이유로 전시관을 예술단원 종합연습실로 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자 시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란다. 따지고 보면, 즉 시 전체적으로 보면 문화예술 공간은 널려있다 시피 하다. 그런데 특정 기관 특정 장르 예술단원 연습실이 없어 딱 하나 있는 전문 사진전시관을 폐관한다는 것이니 괴이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를 보면 ‘찾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도 이유라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수백억 원을 들여 지은 아시아문화전당도 찾는 이가 많지 않은데 헐어야 하나?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연간 사용 일수가 적으니 헐고 주차장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문화예술의 고른 성장과 장려를 고려해야 할 시 당국의 배려가 무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문을 닫아야 할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시민들이 들고 일어서서 시위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일반 시민들은 잘 알지도 못하겠지만 알고 나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심지어 사전에 사진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과 협의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진실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예술단체들간 알력이나 불만을 그렇게 해소하는 건지, 직원들의 무지인지…. 항간에 들리는 소문대로, 시장님이 불편해하시니 없애는 것이 아니길 빌어볼 뿐이다. 사진을 했던 전임 시장이 ‘덜컥’ 설치했다고 불편해하시니 알아서 심리경호를 한 것 아니냐는 소문 말이다.

     

     용도를 바꾸겠다는 결정을 재고해주길 바란다. 용도 전환의 이유는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다. 납득할 수 있는 이유라도 명쾌하게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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