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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9월호] 

     

     

    무등산 중머리재

     

     

    백수인(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고문, 조선대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고유어와 한자어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특히 지명에서 고유어를 한자로 표기할 때에는 고유어의 본래의 뜻을 살려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유어 지명을 한자로 바꾸는 경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가령 유관순 열사가 3.1만세 운동을 했던 “아우내 장터”의 ‘아우내’라는 고유 지명은 한자로 ‘병천(竝川)’이라고 쓴다. ‘아우를 병’과 ‘내천’의 뜻을 따서 썼기 때문에 그 의미가 살아 있다. ‘밤실’을 ‘율곡(栗谷)’, ‘곰재’를 ‘웅치(熊峙)’라 쓴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노들나루’는 한자 말로 노량진(鷺梁津, 露梁津)이라 한다. ‘노들’에서 ‘노’는 음차를 했고 ‘들’은 ‘들보 량’의 ‘들’을 가져와 훈차를 했으며, ‘나루’는 의미를 취해 ‘진(津)’을 썼다. 그러나 고유어 ‘노들’의 의미는 알 수 없다. 의미가 왜곡된 한자 지명으로 대표적인 것은 화순의 ‘이십곡’을 들 수 있다. 본래 고유지명으로 ‘숨은실’인데 이것을 ‘스무실’의 의미로 착각하여 마을 이름이 한자어로 ‘이십곡리(二十谷里)’가 된 것이다. 지금은 길 주소로 바뀌면서 길 이름을 ‘은곡(隱谷)길’로 쓰고 있다.

     

    오래전에 무등산 중머리재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중머리재’라고 쓴 표지판에 “僧頭峙”라는 한자 말을 부기해 놓은 것을 보았다. 순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뜻과 너무 달라서 놀랐다. 한자의 의미대로라면 ‘중(스님)의 머리 형상을 한 재’를 지칭하는 것인데, 그 의미가 얼른 와 닿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무등산의 정상을 가자면 “중간쯤에 있는 재”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중(中)+머리+재’의 구조의 고유명사로 생각했던 것이다.

     

     인터넷에 ‘중머리재’를 검색해보니 <한국지명유래집>에도 “고갯마루가 넓은 초원지로 마치 스님의 머리를 닮아 '중머리(僧頭峯)'이라 한다.”라는 설명이 덧붙여 있다.

     

     ‘중머리’의 ‘중’은 ‘스님’을 뜻하는 ‘중’이 아니라 가운데를 뜻하는 ‘중(中)’이라고 보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경명이 쓴 <유서석록(遊瑞石錄>에 ‘중머리재’를 ‘중령(中嶺)’이라고 썼다는 것이다. 만일 고경명도 ‘스님의 머리’로 알았다면 ‘승두령(僧頭領)’이나 ‘승두치(僧頭峙)’라고 썼을 것이다. 둘은 ‘중’의 음이다. 스님을 의미하는 ‘중’은 장음이어서 길게 발음한다. 그러나 ‘중:머리재’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은 일이 없다. ‘중(中)’을 발음하는 단음으로 발음하는 것이 대체적이다.

     

     ‘중머리’의 ‘머리’는 전라도에서 지명에 흔히 붙이는 부근, 근처, 지점 등의 의미로 쓰는 ‘닭전머리’, ‘쇠전머리’와 같은 뜻이라고 본다. ‘돌머리’를 ‘석두(石頭)’라고 쓰는데 그것도 그런 뜻이 아니라 ‘돌아가는 지점’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만일 ‘석두(石頭)’의 의미로 썼다면 전라도에서는 ‘독머리’라고 했을 것이다.

     

     ‘중머리재’의 의미를 ‘중(스님)의 머리(僧頭)’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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