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여

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1월호]


     


    아줌마와 이모
     


    백수인 조선대 명예교수

     


    라디오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들었던 ‘공익광고’가 하나 있다. 요양보호사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니까 ‘아줌마’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님’이라 부르라는 내용이었다. 이 광고는 전문직업인인 ‘요양보호사’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광고가 주는 또 하나의 함의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썩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가 지니는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호칭어가 갖는 의미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홀하게 또는 다정하게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본말인 ‘아주머니’는 “①친형제가 아닌 어버이와 한 항렬 되는 여자”, “②‘한 항렬되는 사람의 아내’를 남자 쪽에서 일컫는 말”이다. ‘아주머니’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아주머니 술(떡)도 싸야 사먹지.”가 있다. 이 속담에는 “아무리 친근하게 지내는 사이라도 이익이 있어야 관계하게 된다는 말”이라는 해석이 달려 있다.
    정리해 보면 ‘아줌마(아짐)’는 아주 가까운 손위 여성, 아주 친근하게 지내는 어버이와 한 항렬 되는 여성을 말하므로 ‘당숙모’에 해당하는 여성에 대한 호칭어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저씨(아재)’도 마찬가지로 아주 친근한 사이를 강조하는 호칭이었다.
    그래서 가령 식당에서 일하는 조금 나이 든 여성에게는 ‘아줌마’라고 친근하게 불렀고, 젊은 여성에게는 ‘아가씨’라는 공손한 호칭어로 불렀다. ‘아가씨’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①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②손아래 시누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③예전에, 미혼의 양반집 딸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던 말.”로 나와 있다. 그러므로 ‘아주머니(아줌마)’나 ‘아저씨’는 집안의 5촌쯤 되는 가까운 친척 어른을 부를 대 사용하는 호칭어였다. 따라서 남에게 이 호칭어를 사용하는 화자는 상대(청자)를 그만큼 가깝게 여기고 존대한다는 의미를 전제로 했을 것이다. ‘아가씨’도 예전에는 ‘미혼의 양반집 딸’을 높여 부르던 말이었으니 그 의미를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아줌마’에 대한 호칭은 다정한 사이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의미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요사이는 ‘아줌마!’라고 부르면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아가씨’라는 호칭도 한동안 술집에서 술 시중을 드는 여인들을 부를 때 흔히 사용하게 되면서 그 의미가 사뭇 달라졌다.
    ‘다정함’을 전제로 쓰던 ‘아줌마’, ‘아저씨’ 등의 호칭어가 일반화되면서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예전에 쓰지 않던 더 가까운 사이의 호칭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면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손님에게 다정하게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예사가 되었다. 남들끼리도 조금 친해지면 ‘형’, ‘아우(동생)’, ‘언니’ 등의 호칭을 많이 쓴다. 홍길동의 시대에는 친아버지, 친형에게도 서자라는 이유로 ‘호부호형(呼父呼兄)’을 못하게 했다고 하는데, 핏줄이 섞이지 않은 생판 남에게 ‘아버님’, ‘어머님’, ‘형님’,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된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줌마’ 대신에 ‘이모’라는 호칭어를 많이 쓴다. 일반적으로 외가 쪽 어머니의 자매인 ‘이모’가 친가 쪽 당숙모에 해당하는 ‘아줌마’보다 훨씬 친근한 사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점점 모계 중심화돼가고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주소:(우)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3 (금남로3가) 삼호별관 2층
    전화:062)234-2727 팩스:062)234-2728 이메일:r-cultural@hanmail.net
    주소:(우) 61475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3 (금남로3가) 삼호별관 2층 전화:062)234-2727 팩스:062)234-2728 이메일:r-cultural@hanmail.ne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