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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6월호]
     



    숙제
     

    김옥열(다큐디자인 대표)

    이런 황당한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대체 우리 지역은 왜 이런 일들이 이렇게 자주 벌어지는 것일까? 일반 시민들은 낌새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아침, 그것도 사태가 매우 심각하게 번진 후에,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야 사태를 알게 되는, 이런 일이 왜 우리 지역은 다반사일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례1. 광주 북구 서방시장 입구 앞 8차선 도로 밑에는 135m의 터널이 잠자고 있다. 지하상가를 만들겠다고 1995년 공사를 시작해 지하터널은 만들었으나 공사업체 부도로 활용하지 못한 채 그대로 폐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터널을 뚫는 데 130억 원이 들었고, 사업주체는 광주시였다. 주변에 재래시장이 있고, 반면 지하상가를 움직일 만큼의 유동인구가 많거나 상권이 발달한 곳도 아닌데 지하상가를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내고 혈세를 퍼부은 것이 광주시이고 광주시 공무원들이었다.

    광주시는 그게 걸렸는지 2013년 폐쇄상태에 있던 서방지하상가에 LED식물공장 조성 사업을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언론도 덩달아 춤을 추며 난리를 폈다. 국비와 시비 26억원의 예산까지 세워 용역도 하고 민간추진업체도 선정했다. 이른바 지하터널에서 ‘땅콩새싹 재배 및 가공 사업’을 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법적 절차도, 사업 가능성도 아무런 제대로 된 검증없이 무리하게 시작하다 스톱. 이 역시 책상에 앉아 잔머리만 굴린 시와 시 공무원들의 합작품이었다.(그 예산은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사례2. 광주 교통의 핵심 축인 제2순환도로에 투자한 민간사업자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이하 맥쿼리)에게 거의 사기를 당한 광주시와 광주시공무원들 이야기다, 시는 지난 2001년과 2004년 제2순환도로 1구간(두암IC∼소태IC·5.67㎞)을 2028년까지 28년 간, 3-1구간(효덕IC∼풍암IC 3.5㎞)을 2034년까지 30년간 각각 관리·운영하기로 맥쿼리와 협약을 맺었다. 광주시는 MRG(최소운영수익보장) 방식으로 통행료수입이 예상통행료 수입의 85%에 미달하면 그 만큼을 광주시 재정으로 충당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광주시는 매년 수백억 원씩의 재정보전금을 지급하고 있고 계약만료시까지 다 합치면 1조원 정도의 혈세를 퍼주게 된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 2016년 사업재구조화 협상을 통해 MRG(최소수익보장) 방식을 MCC(최소비용보전) 방식으로 변경해 모두 1000억 원 안팎을 절감했지만 이 과정에서는 또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는 ‘우세’를 사기도 했다.

     

    사례가 너무 많아 일단 건너뛴다. 유형은 똑같다. 시민들은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지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망치로 뒤통수를 맞는 것처럼 한방 먹고서야 사태를 알아차린다. 사전 징후가 있다거나, 좀 의심스럽다거나, 무언가 석연치 않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모두모두 잘한다고 박수만 치다가 당한다. 모두 탁상행정, 밀어붙이기 행정의 결과이고 큰 망신과 더불어 천문학적인 세금손실을 입었음에도 책임자나 공무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민선8기 광주시장 인수위가 최근 최종 자문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이용섭 전 시장이 광주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개통이 최소 3년, 2단계 개통은 5년 이상 지연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예 숨겼다는 내용이다. 3단계는 아예 착공마저 불투명하다고 한다. 지난 2019년 9월 도시철도 2호선 착공 이전인 6월, 조달청에 공사를 계약할 때부터 개통 시기가 지연되는 것을 알고도 시민께 알리지 않고 은폐했단다. 정부와 예산지원 협의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고 공무원들은 침묵했다. 시장은 시민을 속였다. 시민들만 아무도 몰랐다.

    0~5세까지 전면 무상교육 약속을 했는데 복지부와 사전 협의 절차도 없이 진행하고 예산 확보도 어려워 사업을 못하고 있었음에도 시민은 몰랐다.

    77억 원을 들여 공사한 지산IC는 주민들의 반대로 진출로를 해괴하게 만들었다가 개통도 못하고 없애거나 새 길을 뚫어야 할 상황이란다. 공사 다 마치고 개통식을 연기할 때쯤에야 시민들은 알았다. 아무 문제 없다던 전임 시장의 토론회 때 주장이 떠오른다.

     

    그렇게 피같은 세금을 쏟아부으면서도 단체장과 공무원들하고 업자들끼리만 알고 진행하다 잘못해서 망조난 일들이 한 둘이 아님에도 아직도 그런 일을 찾아보면 많다.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그런데 왜? 왜 이런 일은 계속될까? 우린 왜 착공한다고 박수만 치다가, 세상이 달라진다고 박수치는 보도만 보다가 낭패를 당하는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온 시민이 나서 답을 찾고 궁리해봐야 할 문제다. 여기까지 읽고도 분개하지 않고 답을 찾지도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광주는 미래가 없다.

    해답은 숙제로 드린다. 의회와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양심있는 공무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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