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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광주역사박물관, 제대로 만들어야
    입력시간 : 2016. 04.27. 00:00




    문화콘텐츠 관점에서 볼 때 대구와 전주가 솔직히 부러울 때가 많다. 우리와 '달빛동맹'을 맺고 있는 대구는 어느덧 한국공연예술을 대표하는 도시가 되었다. 그 중심에 국제오페라축제와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있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광주가 선망하는 장르다. 그런데 대구는 이 글로벌 축제를 10년 이상 끌어가고 있다.

    축제만이 아니다. 대구근대골목투어에 참여한 탐방객이 작년에 100만 명을 넘었다. 이 투어는 올해 문화재청의 야행(夜行)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이제는 야경을 즐기면서 대구 근대역사를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전주는 어떤가? 한옥마을은 대한민국의 관광명소다.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여기에다 판소리를 토대로 월드뮤직을 즐기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있다. 벌써 17년째 계속 이어지는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 독립영화제로 굳게 자리 잡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두 도시에는 광주에 없는 문화공간을 갖고 있다. 문학관과 역사박물관이 그것이다. 대구에는 대구문학관이 있고 전주에 가면 최명희문학관을 만난다. 특히 대구는 근현대문학의 요람을 자처하면서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기 위한 본격적 활동에 돌입했다.

    역사박물관에 있어서도 차별성이 돋보인다. 대구근대역사관은 대구시 유형문화재다. 1932년에 건립된 조선 식산은행 대구지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2011년에 대구근대역사관으로 개관했다. 연간 관람객이 2년 연속 10만명을 넘었다. 특히 지역 청소년이 전체의 35%를 차지한다. 대구의 근현대사를 배우는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지난 2002년에 개관했다. 작지만 아담한 5층 건물을 신축해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았다. 개관 이전부터 지금까지 민간 전문단체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이곳은 전주학의 본산으로서 매년 연구성과를 책자로 발간하고 있다.

    이제 광주역사박물관에 대해 말해보자. 광주시는 도시역사의 전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 건립이 시급하다는 시민적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한다. 작년 민관합동정책워크숍에서도 광주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건립방안이다. 중외공원에 있는 시립민속박물관을 리모델링해서 1층에 광주역사관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개관한지 29년이 된 노후 시설을 전면 개보수해 1층 역사관, 2층 남도민속관으로 개편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유물도 수집했고 전시장 공간구성이나 전시주제도 정했다고 한다.

    역사박물관 건립이 민속박물관에서 결정할 문제인지 의아할 뿐이다. 역사박물관은 현재의 민속박물관 전시방식과 같은 또 하나의 박제된 세트를 꾸미는 일이 아닌 까닭이다.

    역사박물관을 단지 역사적 사실이나 유물을 전시해 놓은 단순한 공간으로 인식해선 곤란하다. 역사문화의 중요한 매개공간이면서 역사의식이 형성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집단적 기억의 저장소'이자 현재의 역사적 인식과 미래를 위한 전망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광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도시정체성을 느낄 수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역사박물관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들을 다룰 수 있는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할 것을 권고한다. 그래야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있다. 위치, 명칭, 콘텐츠, 주제, 규모 등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94억원이라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광주민속박물관 리모델링 사업 방식을 통해 광주역사관을 구축하겠다는 발상에 동의하기 어렵다.

    광주의 역사가 오롯이 투영된 역사박물관이 되려면 우선적으로 건축물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터이다. 왜 대구와 부산과 목포가 근대문화유산을 근대역사관으로 만들었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광주역사박물관 건립은 광주의 역사와 문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일이다. 더 많은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박선정 광주대 음악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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