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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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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한강과 에딘버러, 그리고 국립한국문학관
    입력시간 : 2016. 06.08. 00:00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노벨문학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를 거머쥔 쾌거였으니 그럴 만하다. 한때 인쇄소에서 작품을 찍는 속도가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단박에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고 그녀의 다른 작품,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와 신작 소설 '흰'도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영미권의 주류언론과 출판계 저널들은 올해 초 부터 작가 한강을 대대적으로 조명해서 수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런데 그 조짐은 작년 세계적 권위의 '에딘버러 국제 북 페스티벌'에서 엿보였다. '채식주의자'가 출판계와 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도시로 알려진 에딘버러는 영국 출판산업의 진원지이면서 독서운동의 중심지다. 다양한 문학축제는 도시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축제가 '에딘버러 국제 북 페스티벌'이다.

    2011년 8월 '자스민 광주'를 가지고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일주일 동안 짜여 진 공연일정의 빈틈을 이용해 북 페스티벌이 열린 구시가지에 들렸었다. 행사 장소인 야외 광장에는 하얀 텐트가 도열해 있고 그 안에 출판사들이 내놓은 책들이 쌓여 있다. 각 텐트마다 책의 바다로 장관을 이뤘다. 그리고 시간대별로 책과 관련한 강연, 토론, 워크숍 프로그램이 열린다. 광장의 의자는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차지다. 그때 나는 문학도시 에딘버러 시민들을 한없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에딘버러는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문학 분야로 이름을 올린 최초의 도시다. 어린 시절 상상력의 보고였던 '피터팬', '셜록 홈즈', '지킬박사와 하이드', '보물섬'은 에딘버러 출신 작가들이 낳은 세계적인 문학작품이다. '해리포터'로 유명한 조앤 K.롤링도 에딘버러를 무대로 글을 쓰고 있다. 이런 풍성한 문학적 전통은 도시발전의 동력이 된다. 출판이나 번역, 교육, 독서, 페스티벌 등 문학을 바탕으로 한 활동들이 문학계,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 한강의 인기가 열풍으로 번져가는 가운데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전도 뜨겁다. 전국의 지자체 24곳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자체 마다 출신 작가나 작품 등 문학적 자산을 널리 활용함으로써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 안간힘이다.

    문학은 창의산업의 원천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뿌리임에도 그동안 저평가 되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국립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극장에 비해서 길게는 70년이 늦은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런데 각 도시들이 한국문학관을 유치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에딘버러처럼 문학의 무한한 잠재력을 도시발전과 접목시킬 호기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창조성을 바탕으로 침체된 도시경제를 살릴 힘이 있다. 인문도시 혹은 문학도시로 호명된다는 것은 도시의 품격과 동의어가 되며 도시의 경쟁력을 상징하게 된다.

    광주도 유치를 신청한 24곳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신청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안 보인다. 문학테마파크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서울 은평구나 도 차원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춘천으로 후보지를 단일화시킨 강원도, 국제문학포럼을 수년간 개최하면서 세계문학에 대한 담론을 제시해온 인천, '한강 마케팅'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전남 장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신청이 다만 생색내기로 그친다면 곤란하다. 지역의 문화적 역량 강화가 끊임없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문학 융성을 통한 도시발전 전략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차제에 꺼져버린 광주문학관 건립의 불씨를 살려보자는 결기 있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광주시가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선정 발표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눈들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박선정 광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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