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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과 ‘정’, 그리고 ‘흥’ / 주홍

    주홍 치유예술가

    “한국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요?”라는 외국인 기자의 질문에 ‘파친코’ 작가 이민진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한국인들은 춤추는 것을 좋아해요. 한국인들의 잔치에 가 보면 어디서나 할머니들의 우아한 어깨춤을 볼 수가 있죠.” 씨익 웃으며 이민진 작가의 한국인에 대한 하버드대 강의가 이어졌다. 우리에게는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표현하는 ‘한’이라는 단어가 있고,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끈끈하게 연대하는 ‘정’이라는 말이 있다. ‘한’과 ‘정’의 감정을 ‘춤’, 즉 예술로 표현하고 승화시키는 문화와 예술적 DNA가 있다고 한국인에 대해 말하는 영상을 보았다. 대단한 인류학적 통찰의 강연이었다.

    필자는 그 강연을 들으며 두 장면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동네잔치가 열리면 어른들은 북과 장구 장단에 춤을 추셨는데, 양팔을 벌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셨던 우리 할머니의 모습과 민주광장에서 오월어머니들이 추신 춤이다. 특별한 춤을 배운 적은 없지만, 우리 엄마도 가족 여행을 떠나면 춤을 추시고 나도 그렇게 ‘흥’이 많다. ‘아, 나도 한국인이구나!’

    우리말 한 음절의 단어, ‘한’, ‘정’, ‘흥’, ‘춤’, ‘멋’, ‘맛’…. 이 단어들은 한국인의 응축된 문화의 힘이 느껴진다. 요즘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K문화의 흥행과 선진국에 들어선 경제적 도약의 저변에는 한국인의 특징 ‘흥’이 있다.

    이민진 작가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Apple Original 시리즈 드라마 ‘파친코(Pachinko)’는 그 배경이 일제 강점기 1900년대 초반부터 1984년까지의 한국 이민자들, 당시 평범한 조선인이 주인공이다. 고국을 떠나 재일교포가 되고, 다시 재미교포가 되어 이민자의 삶을 살아간 한국인 가족 4대의 삶을 담은 대하드라마다.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등이 출연해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이 드라마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 한일관계 등 세계적인 관심과 문화적 이슈를 만들고 있다. 미국 자본으로 한국계 미국인들이 만든 드라마다.

    파친코의 배경이 되는 일제 강점기 부산, 영도 어물시장과 하숙을 하는 주인공 선자의 엄마, 그리고 언챙이에 약간 발은 절지만 강인한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주인공 선자의 어린 시절, 이민자로 생존하며 살아가는 서럽고 한 많은 일대기가 아련하게 그려진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윤여정은 나이든 선자 역이다. 당찬 어린 선자 역의 전유나, 비참한 삶에 굴하지 않고 강인하고 아름답게 성장한 선자 역의 김민하, 그녀를 사랑하는 완벽한 외모의 배우 이민호. 이 배우들을 비롯한 출연진의 매력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또한, 대사가 전달하는 냉혹한 현실과 끈끈한 가족의 ‘정’과 서정성은 대사의 대목들을 내면에서 다시 메아리치게 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 장면에서 우리 부모님의 가르침과 자연스럽게 겹쳐졌기 때문이다.

    “누구도 누굴 함부로 할 순 없어. 그럴 권리는 아무도 없는 거란다. 그건 죄야.”

    “모든 것을 배워라. 지식으로 마음을 채워라. 지식은 아무도 너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유일한 힘이다.”

    돈이 있다고 해도 조선인은 쌀을 살 수가 없는 상황에서 흰 밥 한 그릇으로 결혼해서 떠나는 딸을 위한 밥상을 차리는 드라마 속 선자의 엄마는 우리들의 엄마와 너무 닮은 엄마다.

    관동대지진은 당시 일본에서 살아가던 조선인들에게는 가장 끔찍하고 참혹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의 피해를 조선인 탓으로 돌리며 조선인을 혐오하고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동네에 사는 조선인들을 학살했으며, 그 상황에서 더 강하고 지독하게 일본인에게 빌붙은 사람만 살아남았음을 보여준다.

    ‘한’과 ‘정’의 문화는 한국인의 특징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 드라마의 대사 중에는 내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 자주 들었던 말들이 있었고, 그들의 노래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불렀던 노래다. 그들의 춤사위는 아직도 할머니에게서 엄마로 이어져 내 어깨를 들어 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파친코’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 문장은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어 낸 한국인의 생존력을 상징하는 문구다. 윤석렬 정부가 시작됐다. 뉴스를 볼 때마다 이 문장이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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