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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림의 차이나 4.0] ‘국뽕’과 ‘아중꺼’-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명예교수

     

    ‘국뽕’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의미가 파악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짬뽕이 더 발전한 새로운 음식인지 히로뽕의 새로운 종류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이 단어가 “국가와 히로뽕이 합쳐진 말로,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 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다”는 것은 인터넷을 뒤져서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비뚤어진 애국심을 비아냥대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스포츠·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애국심을 고양시키고 자랑스러운 감정을 표현할 때 긍정적 의미로 사용하는 형태로 변화되어 왔다고 한다. 특히 젊은 층에서 폭넓게 사용되면서 ‘국뽕이 차오른다’는 식으로 표현된다고 한다.
     

     

    ‘아중꺼’(阿中哥)라는 중국어도 마찬가지로 처음 접했을 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최근에 중국 대학에서 박사를 취득한 분에게 물어보니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사용하는 말로, 중국을 사랑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대략 다음과 같다. “연예인 팬클럽처럼 중국을 하나의 연예인으로 간주하고 젊은 소녀들이 공동의 우상으로 중국을 부르는 애칭, 남자 아이돌을 오빠(哥哥)라고 부르듯이 부르는 호칭.” 이 설명에 따라 굳이 우리말로 번역을 하자면 ‘아! 중국 오빠~~앙’쯤 되는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현재 중국의 젊은 층은 대략 2000년대 전후에 출생했고, 중국이 급속히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가는 시기에 성장했다. 중국의 어려운 시절은 부모님 세대의 과거에 불과할 뿐이고, 그들은 풍족한 경제적 혜택, 국가에 대한 자부심, 국제적 주목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한 것이다. 또한 초등 시절부터 밑바탕에 자라잡은 애국주의 교육이 자리잡고 있다. 이것과 팬덤 문화가 결합한 셈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중국이라는 국가는 ‘아이돌 오빠’처럼 친숙하고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자신의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는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나 생각이 지나쳐서 배타적 민족주의나 극우적 국가주의로 경도되고, 타 국가나 민족에 대해서는 혐오와 증오의 감정과 자세를 지니게 되면 이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일본의 침략을 당한 역사적 경험이 있어서, 저항적 민족주의가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또한 일본의 폐쇄적 국민성과 국가 운영정책, 극우파 정권의 지속 등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과 중국 사람들 사이에 일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유지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국가주의, 민족주의는 그 사회의 극우적 보수주의 세력이 자신들의 세력 확대를 위해 조장하는 측면이 강하다. 심지어 민족 우월 의식을 고취하여 인종적 차별과 편견까지 부추긴다. 한국의 일부 극우 보수 언론의 중국 보도는 이러한 프레임을 사용하여 혐오와 증오, 적대심을 온양하기도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현상은 국가와 민족 간의 대립과 불신을 자아내고, 궁극적으로는 대결과 냉전 체제를 다시 불러올 것이다.


    ‘국뽕’과 ‘아중꺼’를 자랑하는 이 젊은 층들이 성장하여 국가나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게 될 때 닥칠 위험성도 적지 않다. 독일의 제3 제국을 이끈 나치스의 실체를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로 규정했다. 평범한 악은 극단적 편향성, 증오와 혐오 속에서 성장한다.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은 역사적으로 애증의 관계를 형성해 왔다. 현재는 상호 간에 혐오와 증오가 더욱 확산하고 있는 추세이다. 자국 우월주의, 타국 비하주의로는 과거의 부정적 역사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보다 냉정한 국제적 관점, 이성적 사고·판단, 연대 의식이 국제 관계와 민간 외교에 필요하다. 미국의 시인 프로스트(R. Frost)의 “나는 젊었을 때 그다지 급진적이지 않았다. 나이 들어 너무 보수적으로 변하지 않도록”이라는 경구를 재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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