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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 행촌미술관

    김제현 박사 탄생 100주년 맞아 신관 개관

    에술을 사랑한 의사, 부친 유지 지킨 아들

    허백련의 컬렉션부터 오윤의 민중미술까지

    지역 에술인 정신 잇는 남도 대표 문화공간

     

    해남군에 자리한 행촌미술관(해남군 해남읍 해남로 45)은 여느 사립미술관과는 결이 다르다. 변변한 미술관 하나 없었던 불모지인 해남에 둥지를 튼 지 10여 년 만에 군민들의 문화사랑방은 물론 남도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촌의료재단의 설립자인 고(故) 행촌 김제현(1926~2000년) 박사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둘째 아들인 김동국 행촌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4년 해남종합병원 동관 1층에 ‘행촌미술관’을 개관한지 12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특히 올해는 김 이사장의 숙원인 행촌미술관을 신축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10여 년 전부터 부친의 탄생 100주년에 맞춰 기념관과 미술관을 한곳에 모은 미술관을 건립하고 어버이날인 지난 5월8일에 제2의 개관을 한 것이다. 기존의 미술관은 병원 1층에 자리해 면적도 협소할 뿐더러 층고도 낮아 갤러리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미술관을 짓기 위해 읍하동의 골프연습장 등 여러 곳을 물색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고민한 끝에 병원 뒷편의 주차장 부지(100평)를 낙점하고 마침내 역사적인 첫삽을 떴다.

    # ‘우리시대 예술’ 등 5개 전시 선보여

    지난달 완공된 3층 규모의 신관은 연면적 300평의 화이트 외관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웬만한 현대 미술 전시장이 부럽지 않은 높은 층고가 시선을 끈다. 회화 뿐 아니라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스펙터클한 작품들도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설계만 해도 5~6차례 바꿀 만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1층에 자리한 ‘갤러리 M’과 ‘창작 교육실’(C& Edu)이 인상적이다. 기획전과 창작 레시던시를 통해 작가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행촌문화재단의 지향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개관 기념전으로 기획한 ‘100년의 약속’(5월8일~8월31일)은 이름 그대로 김 이사장이 부친의 탄생 100주년에 맞춰 미술관 건립으로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00년의 약속’전은 총 5개의 전시가 1~2층으로 나뉘어 구성돼 있다. 먼저 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 ‘2026 우리시대 예술’전(갤러리 M)이 관람객을 맞는다. 2014년 미술관 개관 이후 지난 13년의 여정을 되돌아 보고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어온 예술적 깊이를 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김선두, 김주호, 민정기, 박문종, 박치호, 방정아, 서용선, 송필용, 안윤모, 요요진, 우용민, 윤석남, 이윤엽, 이인성, 이종구, 안혜경, 조병연, 하성흡 등 국내 작가 38명과 나니 나니(Nani Nani) 등 해외작가 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행촌문화재단, 행촌미술관, 이마도 창작스튜디오와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의 작업과 사유를 공유한 작가들로, 200여 차례에 이르는 전시와 레지던시를 통해 지역과 세계, 전통과 동시대를 이어주는 문화플랫폼 역할을 했다.

    # 행촌기념관, 프로젝트 갤러리 눈길

    1층 창작교육실에서 열리고 있는 ‘2026 동백매화 봄 소풍’전은 지난해 3, 4월 두차례 작가들과 함께 해남의 봄을 즐기는 봄꽃 소풍의 감동을 화폭에 구현한 자리다. 매회 30여 명이 참여하는 봄꽃 소풍에서 작가들은 해남의 봄과 자연, 문화유산을 드로잉으로 제작한 후 해남, 광주, 서울, 부산, 경기 등 전국 각지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남도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3층은 수천 여점에 달하는 소장품을 보관하는 수장고. 하지만 밀폐된 공간이 아닌 벽면에 일부 작품들을 내걸어 ‘열린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승미 행촌미술관장은 “전시를 마친 작품들은 작가의 작업실, 또는 누군가의 서재와 거실, 전남도립미술관이나 광주시립미술관 등의 소장품이 되기도 한다”면서 “매년 남도의 자연속으로 떠나는 행촌미술관의 봄소풍이 작가들의 손을 거쳐 해남의 오늘을 담은 우리들의 예술로, 미래의 유산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미술관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또 다른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프로젝트 갤러리(Project Gallery)의 ‘민중미술판화’특별전과 행촌기념관의 ‘고귀한 기록, 행촌 김제현 박사가 아끼고 사랑한 예술작품’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전시는 현실비판과 사회적 실천도구로 한국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목판화의 역사적 의미와 미학의 세계를 보여준다. 민중미술의 대표화가인 오윤을 비롯해 류연복, 홍성담, 최경태, 이윤엽 등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민중의 삶과 저항의 시를 목판에 새긴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 지역 넘어 미래문화유산으로

    프로젝트 갤러리 옆에 자리한 행촌기념관은 행촌미술관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뜻깊은 공간이다. 김제현 박사가 평생 모은 예술품과 유품들로 가득한 곳이지만 역동적인 현대미술의 전시장인 프로젝트 갤러리와 나란히 배치해 활력을 불어 넣었다. 행촌의료재단을 설립한 김제현 박사는 1970년대 이전부터 숙당 배정례 등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도운 후견인이자 예술품을 즐긴 애호가였다. 이 무렵, 그의 지원덕분에 사랑채에는 이름없는 미술인들이 몇달씩 기거하며 작품활동을 하거나 해남읍 금강여관에 머물며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당시 해남에 거주했던 배정례는 이당 김은호의 제자들로 구성된 후소회 소속 예술가로 이들을 행촌에게 소개했고 이들의 작품을 구입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기념관에 전시된 소치 허련,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의재 허백련, 소정 변관식, 아산 조방원, 제강 안태원 등의 작품들이 이 시기에 행촌이 수집한 컬렉션이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 드나드는 예술가들을 보며 자란 김동국 이사장은 “20여 년 전 선친이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림, 글씨, 도자기, 다구 등 500여점이 나왔고 형제들과 논의 끝에 아버님의 뜻을 모아 미술관 설립을 결정하게 됐다”며 “지난 2014년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기념관과 미술관을 새로 건립하고 싶었는 데 마침내 그 약속을 지키기 돼 기쁘다”고 말했다.

    - 광주일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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