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바깥에서의 그리운 흔적들을 하필 내 가난한 언어의 그물로 건져 올립니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는데, 기억만큼 산만한 기록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김정희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섬이 물꽃이라고?’(시와사람 간)를 펴냈다.
8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나이 들면서 만나는 시인의 쓸쓸함과 지나간 시간들에의 그리움을 새벽별처럼 새겼다. 8년의 세월은 시인의 삶과 언어의 촉수를 보다 예민하고 정교하게 변화시킨 듯 하다.
백양사, 정암사, 빙월당, 완사천, 지리산, 둘레길, 다낭, 소록도, 앙코르왓트, 만귀정, 사성암, 월정리, 양림동 등 여행을 통해 얻은 시인의 서정을 형상화 한 시에는 환희의 정서보다는 왠지 모를 슬픔이 배어있다.
또한 광주민중항쟁과 세월호의 비극을 형상화시킨 작품들에서도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슬픔의 정서가 묻어난다.
‘사랑아, 어느 봄날/ 글썽이는 눈물 멈춘/ 그 하루만이라도// 노란 리본의 나무 아래/ 네가 다시 돌아온다면/ 여기 적힌 커다란 글씨의/ 기도를 읽어주렴…’(‘너는 지금도 오고 있다-세월호2’ 중)
이렇듯 시집 기저에 흐르고 있는 슬픔은 오늘 현재 이 땅을 사는 이의 몫이기는 하지만, 역사적 유물과 비극적 사건들에 대한 연민과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인의 또 다른 시편들에서는 ‘바람은 어디에서 흐르는가’(‘꽃잎 그리고 화살’), ‘물 위를 걷는 풀꽃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 오래된 추억도 없이/ 여리고 짧은 생을 이제 지우려 하네’(‘물 위를 걷는 풀꽃’), ‘1억5천만 년 전/ 저 멀리 아름다운 별에서/ 사람 사는 마을로 옮겨왔다’(‘천년’) 등에서 보듯 찰나를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왜소함과 더불어 아득한 시원을 모색하며 영원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가 읽혀진다.
여수 출신인 김 시인은 전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문학공간’을 통해 데뷔해 첫 시집 ‘푸른 계단’, 여행산문집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을 펴냈다. 현재 ‘원탁시회’, ‘죽란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광주문인협회 상임부회장과 편집주간,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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