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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1월호]

     

    시인의 시간
     

    주홍(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부운영위원장, 치유예술가)



                                                           

     시간이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장소가 된다. 인간의 존재 방식이다. 
     나는 매년 1월이 오면 시간을 돌아본다. 그리고 한 해의 시간을 그려본다. 시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장소가 되고 그 사람들의 서사는 역사가 된다. 기록되지 않은 시간은 있어도 역사적이지 않은 시간은 없다. 
     민주광장과 금남로를 걷다 보면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시공간 중에서도 민주광장에서 우연히. 우연히 몇 번을 반갑게 만난 김준태 시인, 시인은 전일빌딩245에서 창작하며 날마다 민주광장과 금남로를 산책하고 영감을 받는다고 하셨다. 
      “저도 민주광장을 걸으며 영감을 받아요. 선생님과 저는 약속 없이 자주 뵙게 되네요.” 
      “주홍 선생, 전일빌딩 3층에 시간 되면 오세요.”
     그 반가운 환대를 잊을 수 없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림책자서전을 들고 찾아뵀다. 김준태 시인은 붉은 종이에 흰 보름달 같은 한지를 붙인 종이를 꺼내 바로 즉흥시를 쓰셨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읽어주셨다. 



    별 

    주홍朱鴻
    고근호님에게
    김준태(코리안 샤먼)

    하늘에서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더 빛나기 위해
    잠 못 이룬다, 별은!

    계묘년 癸卯年
    2023.1.10
    합장合掌


     

    시인의 목소리, 그 울림이 마음에 별이 되어 박히는 느낌이었다. 읽고 또 읽고, 시어들이 노래가 되어 은하수처럼 흐를 때, 간결한 시인의 한 문장 시속에서 ‘별’이라는 잊고 있던 오래된 그 단어가 무의식의 바다에서 밝은 빛으로 떠올랐다. 그 별은 민주광장을 걸어 다니는 별이었고, 나는 그 사람들 ‘사이’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며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동시대의 별, 김준태 시인을 민주광장에서 만난 것이다. 
     계묘년 새해는 ‘별’이라는 한 음절이 내 안에서 파동을 일으킨다. 시인은 별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명명자다. 화가는 그 별을 보이게 한다. 김준태 시인은 나를 불러주었고 나는 시인을 보았다. 이렇게 올해는 시인의 마음으로 만나보자. 그러면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 빛날 것이다.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하고 기록하고 불러주는 방식으로 우리는 존재한다. 이것이 시인의 새해 선물이었다. 
     “76년 창작의 시간을 10분 동안 한 줄의 시로 표현한 것입니다.” 김준태 시인은 한 줄의 즉흥시를 쓰고 나서 씨익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기어이 저작권료로 저녁을 사 주시겠다는 광주의 어른이다. 김준태 시인을 만나면 살아있는 광주정신을 만난 기분이 든다. 광주의 십자가를 등에 지고 무등산을 오르는 광주시민의 모습을 본다. 겸손하신 시인은 누구를 만나든지 존칭을 쓰고 늘 “내가 살께요.”라고 하신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붓글씨로 영감적인 시를 써 주시며 그 시공간의 만남을 기록한다. 시인은 그 이름을 불러준다. 젊은이들에게는 더 친절하고 아이들 앞에서는 천진하다. 광주라는 도시는 이렇게 따뜻하게 품어주고 불러주는 어른이 계신다. 광주의 시인, 무등산 같은 김준태 시인을 새해에 만나시려면 민주광장을 산책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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