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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교육도시 광주, 큰 스승을 기리자

     

    노 성 태(남도역사연구원장)

     

     

    광주는 남도를 대표하는 교육도시다. 광주가 교육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1895년, 나주를 제치고 전라남도의 도청소재지가 되었기 때문과 관련이 깊다. 1896년 관찰사 소재지에 근대학교가 세워지면서, 광주에도 광주 향교의 사마재 건물을 빌려 전라남도관찰부 공립소학교가 설립된다. 현 서석초등학교로, 광주 근대 교육의 출발이 된다. 이후 1908년 숭일·수피아 여학교가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되고, 1909년에는 도립 광주 농업학교(현 자연과학고)가 그리고 1920년에는 광주고등보통학교(현 광주제일고등학교)가 설립된다. 1923년에는 전남사범학교, 1927년에는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현 전남여고)가 설립되면서, 광주는 남도 최대의 교육도시가 된다. 1919년 3·1운동 당시 초·중등학교는 광주보통학교를 비롯 5개교에 불과했지만, 지금 광주의 초·중등학교는 320개가 넘는다. 여전히 광주는 호남 교육의 중심 도시다.

    지난 5월 15일 스승을 날을 맞아 상무지구 5·18기념공원에 있는 석은(碩隱) 김용근(金容根, 1917~1985) 선생 흉상 앞에서 제29회 김용근 선생 민족 교육상 수상자 시상식이 열렸다. 김용근 선생은 강진에서 출생,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전주고와 광주고, 광주일고, 전남고 등에서 역사교사로 재직한 교사다. 일제 치하에서는 개량 서당의 교사가 되어 민족교육을 실시하다 보안법 및 육군형법위반죄로 두 번이나 옥고를 치렀고, 해방 후에는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에 책임을 지고 교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1980년 5·18민주항쟁 당시에는 지명수배된 제자를 숨겨 준 혐의로 투옥되었다. 김용근 선생이 1987년 독립유공자로, 2002년 5·18 유공자로 추서된 연유다.

    민중이 역사의 주인임을 설파하셨던 김용근 선생은 시대적 소명을 온몸으로 실천한 참 스승이요 큰 스승이다. 그의 제자들이 그의 정신을 기려 ‘석은 김용근 선생 민족교육상’을 29년째 이어오고 있음이 그 증거다.

    교육도시라 불리는 광주는 어딘지 허전하다. 근대 교육의 출발지가 되었던 사마재 건물은 없어진 지 오래고, 어느 시·도에도 있는 교육역사관 하나 없다. 뿐만 아니다. 수많은 큰 스승이 배출되었지만, 오늘 그 이름을 기억하는 분은 적다. 동상 등을 세워 큰 스승을 지켜주지 못한 풍토 때문이기도 하지만, 큰 스승인지를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근시안 때문에도 그렇다. 
     
    5·18기념공원 김용근 흉상 옆에 광주의 큰 스승을 기리는 흉상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광주 3·1운동 당시 앞장서 수피아여학생을 이끈 박애순 선생도, 광주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인 광주고보의 송홍 선생도, 교육 민주화의 선두에 선 윤영규·정해숙 선생도, 민주화 운동을 앞장 서 이끈 오종렬, 문병란 선생도 광주가 낳은 큰 스승이다. 이분들이 있어 광주 3·1운동 당시 수피아여학생 전원이 만세를 불렀고, 광주고보생들은 퇴학당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일제와 싸웠다. 이분들이 있어 광주 학생들은 4·19혁명의 주역이 되었고, 5·18민주항쟁 당시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켜냈다. 

    이분들의 흉상이 김용근 선생 흉상 옆에 나란히 세워진다면, 오늘 광주 학생들의 큰 바위 얼굴이 될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그분들의 큰 뜻이 전해질 것이다. 그게 생명력 진한 교육이다.
    광주는 시대정신인 정의로움을 앞장서 실천한 자랑스런 고장이다. 그 선두에 늘 학생들이 있었고, 그 학생들 뒤에는 길을 안내한 큰 스승이 있었다. 그 자랑스러운 고장을 만들 수 있게 버팀목이 된 큰 스승이 동상이 되어 우리 곁에 있다면 정말 든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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