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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달의 칼럼 4월호]

     

    세상이 바뀌려면 나부터 달라져야

     

    김윤아(재단 운영위원, 광주치매예방관리센터 센터장)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다.’
     
     어른이 아이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의 이런 과정은 누구에게나 같고, 이런 사실에 한 치의 의심과 오차도 없다.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령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서 20대 직원들과 60대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이어령 박사의 메시지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요즘 어디를 가나 청년을 찾는다. 철학, 가치, 능력, 살아온 배경, 재능 등의 요소보다 연령과 세대를 콕! 집어 사람을 찾는다. 매우 고무적이지만 한편으로 100세 시대에 명암이 존재하는 일이다. 과거 병풍을 세우고 일 시키는 청년이란 논란도 있었으나 진심으로 세대교체까지 거론하며 뒤이을 세대를 찾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도 조직을 움직이는 분들은 정해져 있겠으나 그것을 뛰어넘을 열정이 있는 젊은이들도 드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들도 자신들만의 지형을 구축해가며 활동하고 있다. 세대 교체론까지 언급하는 윗세대처럼은 아니더라도 젊은 세대들이 이익과 계산을 넘어 경험과 지혜의 조화를 찾는 경우도 많다.
     
    최근 한 모임에서 인품 좋으신 은퇴 교수님은 국민연금과 저출산 문제 등을 거론하시며 ‘미래세대가 짐을 떠안게 되면 안 된다‘라고 걱정하셨다. 이야기 끝에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말씀드렸다. 그것은 그때도 지금도 최선을 다했을 당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위임받은 권력이 제대로 상황을 예측하여 법·제도·시스템을 통해 대비하지 못한 것을 보통 사람들이 마치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파렴치한 이들로 인식되는 것은 세대 갈등까지 조장하는 일이니 옳지 못하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같은 경우만 해도 당시 중년층은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입의 기회조차 없었거나, 가입이 됐다 하더라도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던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은 과거의 보통 사람들이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개인의 일상과 맞바꾼 결과물이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빠른 민주화와 산업화의 압축 성장을 통해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사회는 이들에게 제도를 통한 안정감보다 불확실성과 함께 존경과 존중은 차치하고 사회 문제의 한 가운데에 선 주인공들로 만들어 버렸다.

     100세 시대에는 청년도 힘들지만, 대한민국의 노인으로 살아가기도 버거운 세상이다. 우리나라의 제도적 현실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분들이 많다. 취업할 의지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경험과 노하우를 마음껏 펼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노인은 청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노인은 외로움과 함께 질병과도 싸워야 하며, 이런 상황들은 이미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 라는 객관적 지표들로 증명되고 있다. 과거 나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한 이들에게 오늘날 불행한 자화상으로 갚아주는 것이라면 인간의 존엄성은 물론이거니와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좋은 선례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로 얻은 것이 아니다.’ 박범신 작가의 ‘은교’의 내용이다. 성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결국 남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우리 모두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사회·정치·경제적으로 양극화된 구조는 우리에게 분노와 고통을 안겨 주었지만, 그것이 상대의 탓이 아닌 경쟁 사회를 무조건 받아들인 과거와 현재의 우리 모두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고, 같은 고통을 겪는 서로를 위해 치유의 손길과 공감으로 정서적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진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투명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신뢰받는 사회’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가 이런 역할을 다해야 하겠으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내가 속한 작은 곳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이고 세세한 실천 방안들을 나부터 고민하고 살아야 하겠다.
     우리는 모두 길게 보면 역사의 한 점들이다. ‘나부터 달라져야’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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