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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포퓰리즘(populism)
     

    노경수(광주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총선 기간 동안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공약을 내놨다. 영수회담 이야기가 나오기 전, 윤석열 대통령은 현금 지급 방식에 대해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는 말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 이재명 대표는 “총선이 가까워지다 보니 정부·여당이 연일 선거용 선심 정책,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쌍방이 상대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으로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지고 있는 ‘인기영합주의’를 지칭하고 있다. 포퓰리즘의 다른 이름인 ‘민중/대중주의’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포퓰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보통 사람(ordinary people)의 이익과 의사를 대표하기 위한 정치사상이나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포퓰리즘은 엘리트 대(對) 보통 사람·서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므로 그 반대말은 엘리트주의(elitism)다.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모두 1930년대 이후 포퓰리즘을 구사해 왔다. 특히 지난 40년간은 공화당의 포퓰리즘 성향이 강했다. 공화당은 ‘큰 정부’에 대한 반감, 민주당은 ‘큰 기업’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포퓰리즘적 공격의 소재로 삼았다. “내가 하면 국민·서민을 위한 정책이요,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었다. 그래서 상대편에 낙인을 찍는 수단으로 사용되곤 하였기 때문에 포퓰리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긍정적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포퓰리즘은 좋은 인상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나라를 주저앉게 한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이 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포퓰리즘은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진보적 정치세력의 복지정책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주로 쓰였다. 서구 사회에서 포퓰리즘을 주도한 이들이 주로 우파라면, 우리 사회에서는 흥미롭게도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을 오히려 우파가 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서구에서 주목할 정치적 경향은 단연 포퓰리즘(populism)이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에서 프랑스의 ‘국민전선’,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영국의 ‘독립당’,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까지 포퓰리즘이 서구 정치사회는 물론 시민사회를 뒤흔들어 왔다. 포퓰리즘이 급부상한 데에는 세 가지 요인이 중요하다. 불평등의 구조화・세계화의 확대・정보사회의 진전이 가져온 전환기의 불확실성은 문제 해결에 무력한 기성 정치사회(기득권 엘리트)에 대한 실망과 거부를 낳았다.

     

    김호기 교수(연세대)가 21세기 포퓰리즘과 20세기의 인기영합적 포퓰리즘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정치학자 얀-베르너 뮐러는 21세기 포퓰리즘의 기본 성격을 반엘리트주의와 반다원주의에서 찾았다. 기득권을 공격하는 게 반엘리트주의라면, 다른 세력과의 공존을 거부하는 게 반다원주의다. 반엘리트주의는 다시 정당정치에 대한 혐오로, 반다원주의는 상대 정치세력의 악마화로 나타난다. 여기에 정보사회의 진전으로 포퓰리스트 리더와 지지자들 간의 직접 소통을 가능케 한 직거래주의가 결합돼 있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향해 기득권세력이라 공격하고, 상대방과의 공존을 처음부터 거부하며, 자신의 지지그룹에만 메시지를 타전하는 직거래주의가 이번 총선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들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포퓰리즘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할 때 진리와 도덕보다 주관적인 정서와 신념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쏟아지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이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공통된 정서와 신념으로 무장한 주장을 거침없이 표출하고 있다.

    왜 이런 포퓰리즘 현상들이 강화되고 있는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 그리고 정치의 양극화 등에 대한 기성 정치의 무능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봐야 한다. 기성 정치가 엘리트주의를 벗어나지 못할 때, 민주주의의 자리를 대신하여 국민주권을 앞세우는 포퓰리즘이 번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그 결과 “인기영합주의”에서 진화한 새로운 포퓰리즘 시대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참고자료
    김호기 연세대 교수, 중앙일보 2021.11.02., 다수 컬럼
    장덕진 서울대 교수, 경향신문 2020.10.06.
    김환영기자, 중앙일보 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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