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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흥학관을 아십니까

노성태(남도역사연구원장)

1921년 4월 15일 자 ‘매일신보’에 아주 흥미로운 광주 관련 기사 하나가 뜬다. ‘전남 광주군 효천면 양림리 최명구 씨가 만여 원의 자기 재산을 들여 광주 읍내에 흥학관(興學館)이라는 집을 크게 건축하여 공회당과 같이 사용하기로 광주 일반 사회에 기증하였다’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기사는 ‘전남지사인 일본인 해각(亥角) 지사의 답사와 최명구의 예사(禮辭)가 끝난 후 참석자 300여 명이 막걸리 파티를 하고 있음’도 전하고 있다.

그렇다. 1921년 광주 부호였던 최명구는 회갑 비용을 아껴 당시 광주 청년의 주축인 광주보통학교(현 서석초등학교) 졸업생들의 활동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흥학관이라는 강당을 지어, 청년들을 위해 기꺼이 내놓은 것이다.

지금 광주 구 시청 사거리 광산동 100번지 일대에 있었던 흥학관은 800여 평의 운동장 및 200여 명이 들어가는 강당과 몇 개의 사무실이 있는 교실처럼 생긴 목조 건물이었다.

어린 시절 흥학관을 찾은 적이 있는 박선홍은 ‘광주 100년’에서 “흥학관에서는 고하 송진우·민세 안재홍·소파 방정환 등의 초청 강연회와 각종 사회단체의 집회는 물론 웅변대회와 음악·연극이 공연되고 영화가 상영되었으며, 밤에는 야학을 개학하는 등 지방항일 문화 계몽운동의 전당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광주청년회·노동공제회 광주지회·전남 노동연맹·광주 신간회·광주 청년학원 등 각종 단체의 사무실로 쓰였고, 그 간판들이 줄줄이 걸려있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박선홍의 표현대로 흥학관에는 광주 청년단체 10여 개가 간판을 걸고, 독립운동, 사회운동, 민족운동, 계몽운동을 전개했던 오늘 광주 정신의 출발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흥학관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산실이었다. 1924년 광주고보 생과 일본 선발팀과의 시합으로 패싸움이 일어나고, 맹휴 투쟁이 전개될 때 광주에 거주하는 학부형들이 흥학관에 모여 최상진, 지용수 등의 주도로 긴급회의를 열었고, 흥학관에서 전남 학부형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1926년 결성된 학생들의 비밀결사 조직인 성진회의 핵심 인물인 왕재일이 숙박했던 곳도, 장재성이 자주 드나들었던 곳도, 고보와 농업학교 진학을 위해 개설된 광주청년학원이 문을 연 곳도 흥학관이었다.

1929년 11월 3일, 광주 고보생 등 한국 학생들이 광주역과 동문 다리에서 일본 중학생들과 대치하고 있던 그 시간, 전남 청년연맹 소속의 집행위원장 장석천은 나승규·국채진 등과 함께 흥학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우리의 투쟁 대상은 광주 중학생이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이니 투쟁 방향을 일제로 돌릴 것”, “장재성이 시위운동을 직접 지도할 것” 등을 결정한다. 이 결정 사항은 광주고보 강당에서 고보생들의 회의를 지켜보던 전남 청년연맹 집행위원이면서 독서회 중앙부 책임 비서였던 장재성에게 전해졌고, 장재성의 지도하에 독서회 학생들을 통해 거리 시위를 주도하게 한다. 오전의 집단 패싸움이 오후의 거리 시위로 확산할 수 있었던 이유다.

오늘 광주 정신의 출발이 된 흥학관 건물은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흥학관에서 꿈꾼 정신마저 사라질 수는 없다.

2029년은 광주학생독립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광주학생독립운동 100주년 때 몇 가지 문제가 정리되어야 한다. 총책임자였던 장재성의 복권과 서훈, 장재성 생가터의 성진회 기념관으로의 부활, 그리고 하나가 더 보태졌으면 한다. 흥학관 정신의 부활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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