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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칼럼


    노란봉투법,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송재환( (주) 바람아래 기획실장, 재단 편집위원장)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노동계는 이를 환영하며 “헌법상 권리를 되찾았다”라는 평가를 내렸고, 경영계는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하며 강한 반발을 보였다. 한 법안이 이처럼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노사 관계가 첨예한 갈등 속에 서 있다는 증거다. 이제 필요한 것은 법의 긍정적 측면을 살리고,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혜로운 대화와 상생의 해법이다.

     

    노동권 보장의 진전

    무엇보다 이번 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동안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며 단체행동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과도한 위험 부담을 완화해 헌법상 권리를 현실에서 보장하는 첫걸음을 뗀 셈이다.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에게도 사용자성을 인정한 부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원청 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임금 격차와 불합리한 노동 구조를 개선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단순한 권리 확대를 넘어 노동 시장의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이행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은 노동 인권 보장 수준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번 법은 노동 선진국으로 한 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된다.

     

    경영 부담과 법적 불확실성

    그러나 법의 도입이 곧바로 사회적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현실적 우려다. 원청 사용자 책임이 강화되면 인건비와 법적 위험이 늘어나고, 특히 중소기업이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법 적용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사용자성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손해배상 제한이 어떤 조건에서 발동되는지 불분명하다면 노사 모두 불확실성에 놓이게 된다. 이는 분쟁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확대할 수 있다. 노동운동의 힘이 과도하게 집중될 때 산업 현장이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리 보장이 사회 전체의 균형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생을 위한 보완책

    따라서 법 시행에 맞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사용자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기업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노사 모두 안정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둘째, 노사 갈등을 법정으로 끌고 가기 전에 중재·조정 기구를 통해 조기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노동조합도 권리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쟁의행위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만큼 절제된 원칙과 공익적 시각이 필요하다. 넷째, 정부는 중소기업의 과도한 부담을 덜어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하청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제도도 뒤따라야 한다.

     

    대립에서 협력으로

    결국 핵심은 대화다. 오랫동안 한국의 노사 관계는 대립 구도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이제는 협력적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는 기업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바라보고, 기업은 노동자를 비용이 아닌 가치 창출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중립적 조정자로서 역할을 강화해 노사정 대화를 활성화하고, 지역 단위 협의체를 확대해 사회적 합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과 자본의 힘겨운 줄다리기 속에서 균형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다.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파장을 줄이는 방법은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 대화를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자는 권리와 함께 책임을, 기업은 부담과 함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럴 때 이 법은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상생의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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