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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 찬란한 기다림의 봄날”

     

     베란다에 놓아둔 화분에서 귀밑머리 같은 연초록 새 잎이 나오고 있다.

     무엇인지 ‘그리워’ 지는 찬란한 기다림의 봄이다.

     

    ‘벚나무는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 나는 아름다운 벚꽃을 보면

    마음이 조용해집니다. / 나는 그게 아주 좋습니다.’

     

    김용택 시인이 소개한 초등학교 1학년 예은이의 ‘벚나무’ 란 시다.

     

    지난 월요일엔 한국 서정시의 큰 줄기인 시문학파 시인들의 자료를 정리해 놓은 ‘

    시문학파 기념관’ 개관식에 다녀왔다. 오래된 자료와 희귀본, 영상물 등에는 문학관 개관을

    위해 애쓴 이들의 고된 발자취가 스며 있었다. 영랑의 강진에는 모란의 빛깔로 그렇게

    봄이 오고 있었다.

     

    ‘강나루 주막의 술은 물을 타서 묽기도 하고 봄산에서 내려오는 나뭇군의 나뭇짐에는

     꽃이 반이나 섞여 있구나.’

     

     옛 사람이 그린 이 대책 없는 봄은 세월이 지나도 어김없이 돌아와 가슴을 적신다.

    하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소식은 봄이 왔으나 아직은 정녕코 봄이 아닌 듯하다.

    최근의 중국계 방송기자 로라 링씨의 탈북자 강제 송환을 막아 달라는 영상 메시지와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애타게 부르짖는 제주 강정 마을의 소식은 꽃샘추위보다 아프고

    매섭다. 차디찬 족쇄에 채워진 탈북자들의 인권과 제주의 신비, 구럼비 바위의 폭파 소식.

     

    ‘탈북자들은 삼대를 멸하겠다.’ - 배고픔을 이기고자 자유를 찾아 생사를 걸었던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에 대한 공포가 화면에서도 절실하게 느껴진다. 다행히 미국의회도 탈북자

    청문회를 열고 중국에 ‘국제조약을 준수해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중국이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려는 움직임 뒤에는 정치적 배경이

    얽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표와 상관없다고 탈북자들의 문제에

    침묵하는 우리 정치권도 부끄러움을 되찾아야하지 않을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를 열변하며 수많은 약속의 씨앗이 뿌려지는 선거의 봄날,

    오직 공천만이 소중하고 선택의 방법에만 무모하게 분노하는 먼 그대들에게 정녕 희망의

    봄은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정작 해야 할 말들이 남아 있을 때 침묵하며 방관하는 그대들의

    실천은 또 어디에 있는가.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이고 또 하나의 먼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 이란 신영복 교수의 글을 생각한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회색빛 이론 보다 현장과 실천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찾는 해답이라는 생각.

     

    ‘돌이 부서지는 사진을 보았을 뿐인데 / 눈이 아팠다. / 내 앞을 지나가는 시간의 옷자락에

    피가 묻어 있었다. / 돌도 혈연이구나.... / 우리가 내어줄 수 없는 것은 / 한낱 돌들

     / 한판 순정인 구럼비....’

     

    제주 서귀포의 외진 마을 강정이 4년이란 긴 시간 동안 부적절한 공권력에 맞서며 분노와

    절망으로 갈등하는 슬픈 풍경을 그린 시 ‘돌을 위한 부탁(조 정 지음)’ 을 봄날 도착한

    편지처럼 읽어 본다.

     

    ‘그대가 구럼비에 누워 창공에 뜬 낮달을 바라보지 않았는데, 그대가 범섬 앞에서 춤추는 고래 떼를 보지 못했는데 구럼비를 폭파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국책보다 소중하지 않게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아, 이곳은 바다로 가는 길이 모두 철조망과 이상한 법으로 차단된 ‘게토’입니다. 냉담한 이웃의 모든 겨울을 녹이고 달려오실 당신에게, 평화와 비 개인 아침을 동봉하며 이만 총총.

     

    - 지금 아픈 그대여, 그래도 그대들을 위한 찬란한 기다림의 봄은 분명 오고 있습니다.

     

                                                              <남도일보 3.13일 화요세평 게재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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