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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광주 시민’이 되려면 – 윤석열의 5·18과제(1)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5·18 42주년 기념식에서 밝혔던 이 마지막 말은 국민에게 가장 큰 화제가 됐다. 전국의 모든 신문들은 이 말을 굵은 글씨로 소개했다. 조중동이나 진보 신문, 지방 신문 가리지 않고 논조 역시 근래 보기 드물게 그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뒤돌아 가는 일이 없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광주의 신문들 중에는 대선후보때 약속했던 ‘5·18의 헌법 수록’을 밝히지 않아 아쉬어 하거나 “레토릭에 불과했다”고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헌법개정 특위에 참여하라”“5·18을 왜곡한 김진태·장성민을 퇴진시키라”고 요구했다.


    장관들과 여·야 의원 2백여명 참석…처음으로 ‘임행’ 제창

    올해 42주년 기념식은 확실히 다른 점이 많았다. 보수정당의 대통령이 취임하고 8일만에 맞은 첫 국가기념일이라 과거 대통령들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관심거리였다. 그런데 의외로 집권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정부의 장관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이 참석했다.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대부분 참석해 국회의원만도 200여명이 넘었으니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 벌어진 셈이다. 2015년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 내의 1급 이상 입법직 고위관료 모두와 함께 기념식에 참석했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보수 성격의 장관들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옆사람 손을 잡거나 불끈 쥔 주먹을 흔들며 제창을 했다. ‘제창을 해야 한다’ ‘합창을 해야한다’며 티격태격했던 바로 몇 년 전 일들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젊은 대표는 “오늘 선택한 변화가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불가역적 변화였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뒤늦었지만 보수정당 안에서도 굳어져 있었던 편협된 기존 관념을 부수고 5·18이 정치적 진화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왜곡·지역차별·수도권 탐욕 사라져야 ‘광주시민’

    대통령의 기념사를 보며 필자는 생각했다. 우선 ‘대한민국 국민 = 광주시민’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무엇을 의미할까. 5·18이 우리 역사의 진화과정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수용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20년이 넘도록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되돌리려는 행위는 버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여 영남지방에 1980년부터 퍼져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있는 “‘김대중 만세’ 세 번 불러야 기름을 넣어 주었다”는 유언비어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또 인재등용이나 예산배분에서 특정지역을 차별하는 일은 물론, 소멸되어가는 비수도권의 현상을 모른 척하면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수도권의 탐욕주의가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고 했다. 또 “오월의 정신은 지금도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을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고 했다. ‘진행 중’이라는 뜻은 ‘진실규명’이 진행 중이라는 뜻과, 세계 곳곳에 자유와 인권이 정착될 때까지 ‘불법행위’에 적극 저항해야 한다는 2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내 책임이다”나선 장성 없어 … 세금으로 ‘비겁자’만 키웠나

    현재까지 유공자로 지정된 희생자만도 181명의 사망행불자, 그리고 4,200명이 넘는 부상자와 구속자 등 4,415명에 이르고 있다. 행불자도 여전히 의문이다. 그런데 이 불법적 공권력 행사에서 어느 지휘관이 사격을 지시하였는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일빌딩에 245개의 탄흔은 남아있는데 사격을 한 헬기 조종사는 없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묻어두고 넘어가선 안된다. 또 다른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뇌하고 있는 많은 하급 장병들을 대신해 “내가 했다”고 용감하게 나선 장성급 지휘관 하나 없었다. 비싼 세금을 들여 비겁한 지휘관만 키워온 것 아닌가 하여 국민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또 “오월 정신이 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세계 속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해야”한다고 했다. 이는 필자가 본란(2022년 5월 12일자 ‘나눔’과 ‘배려’에 더 많은 관심을-“5·18과 ‘인권’)에서 제안한 내용과 일치하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우리의 활동가들을 격려해준 ‘보이지 않는 손’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를 누리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며 투쟁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우리의 1980년~1990년대 보다 더 어려운 가난과 독재자의 탄압이라는 환경 속에서 분투하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는 한 독지가가 5,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시민들이 십시일반 내놓은 기부금으로 전쟁의 화마에 휩싸여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고려인 동포 500명을 대한민국으로 귀국시키는 일을 벌이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미얀마 반독재투쟁에 1차로 5,000여만원의 활동비를 비밀리 보내는 등 지원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국제관계상 정부가 나서기는 어렵지만 국민이나 시민단체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가능한 일이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가 국민들에게 ‘나눔의 정신’을 이어나가게 하는 역할을 하였으면 좋겠다.


    민주·인권·평화 정신, 헌법에 담아야 제대로 기억해야

    5·18이 보여준 정신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의 열망. 불법적인 공권력에 대한 저항정신, 공동체에서의 나눔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축약해 민주·인권·평화 정신이라고도 할 수있다. 이는 민주주의를 가져오게 한 프랑스혁명의 자유·평등·박애 정신과 견줄만 하다. 하여 5·18정신 또한 대한민국이 영원히 지켜나가야 할 정신이다. 이를 망각하지 않고,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영원히 지켜나가기 위해선 결국 헌법 전문에 5·18을 담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추가하자는 뜻이 그가 강조해온 국민통합과 인권을 지켜 나가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여 42주년 기념사에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결코 되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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