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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드민턴장에서 탁구처럼 ‘피클볼’…장애 있어도 괜찮아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체육관 바닥에 놓여 있는 20·30 피클볼 클럽 ‘투덜새’ 회원들의 각종 피클볼 패들과 공.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체육관 바닥에 놓여 있는 20·30 피클볼 클럽 ‘투덜새’ 회원들의 각종 피클볼 패들과 공.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피클볼(Pickleball)은 배드민턴 코트에서 탁구채보다 조금 큰 패들로 테니스처럼 치는 운동입니다. 테니스를 쳐보셨다니 금방 적응하시겠네요.”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체육관에서 마포구피클볼협회장 조윤환(45)씨가 패들과 공을 건네며 말했다.

    패들은 탁구채를 2배로 늘린 모양이었고, 무게는 230g으로 작은 팩 우유보다 약간 무거웠다. 주황색 플라스틱 공은 지름이 7.5㎝로 탁구공의 2배 정도 크기이고, 작은 구멍 26개가 뚫려 있어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 가로 6.1m, 세로 13.4m짜리 배드민턴 코트에는 1m 높이의 네트가 걸려 있었다. 피클볼 코트는 배드민턴 코트와 규격이 똑같다. 보통 배드민턴 코트에 피클볼 네트를 걸고 ‘논 발리 존’만 따로 테이프를 붙여 표시한 다음 경기를 진행한다. 논 발리 존은 네트로부터 2.1m까지 구역으로 ‘키친’이라고도 하는데, 이 안에 들어간 경기자는 공이 땅에 튀기기 전에 치는 ‘발리’를 하면 실점한다. 네트 건너편으로 넘어간 조씨가 설명했다. “다리를 살짝 벌리고 무릎을 굽혔다가 일어나면서, 패들로 뭔가를 퍼낸다는 느낌으로 공을 넘겨보세요. 진자운동 하듯이요. 너무 섬세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공이 생각보다 안 튀니까 세게 쳐도 돼요.”

    빌 게이츠가 50년 넘게 즐긴 운동

    안내에 따라 패들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공을 치는 ‘언더핸드 서브’를 넣자 ‘팡’ 하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살짝 빗맞았는데도 공이 정면으로 날아갔다. 타격점을 조금만 잘못 맞히면 공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는 테니스와 달리, 어지간해서는 ‘아웃’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바운드되는 공을 포핸드와 백핸드로 마음껏 쳤다. 그러다 조씨가 받아넘긴 공이 높이 떴고, 네트 앞까지 달려가 떨어지는 공을 ‘빡’ 소리가 나도록 내리쳤다. “키친에서는 발리 금지”라고 조씨가 외쳤다. 마음만 앞선 초보자의 실수였다.

     

    피클볼은 1965년 미국에서 휴가지를 찾은 세명의 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즐길 만한 운동을 찾다가 고안했다. 2001년 애리조나주 노인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젊은층도 즐기기 시작하면서 2021~2022년 미국 스포츠 및 피트니스산업협회(SFIA)는 피클볼을 ‘미국 내 급성장 스포츠’ 1위로 꼽았다. 지난해에는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14개의 피클볼 코트가 설치되면서 2028년 미국 엘에이(LA)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50년 넘게 즐겨온 운동이기도 하다.

    피클볼의 매력은 무엇일까. 피클볼은 특별히 강한 근지구력을 요구하지 않아 남녀노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두루 즐길 수 있다. 규칙도 쉬운 편이다. 구멍 난 플라스틱 공이라는 특성상 공을 제어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또 과격하지 않아 부상 위험이 적으면서도 운동량은 상당한 편이라고 조씨가 귀띔했다. 패들이 공을 맞힐 때마다 ‘팡팡’ 팝콘처럼 터지는 타격음도 시원하다.

     

    피클볼을 잘 치는 요령은 공격보단 방어에, 힘보다는 유연성과 순발력에 있다. “상대 코트의 빈 곳에 공을 꽂아 넣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보다는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해요. 대부분의 득점이 상대방의 실수 때문이거든요.” 조씨는 득점의 70%가 ‘키친’에서 나온다며, 네트 앞에서 공을 부드럽게 넘겨 상대편 키친 안에 떨어지게 하는 ‘딩크샷’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체육관에서 20·30 피클볼 클럽 ‘투덜새’의 한 회원이 포핸드로 볼을 받아치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체육관에서 20·30 피클볼 클럽 ‘투덜새’의 한 회원이 포핸드로 볼을 받아치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엠제트 세대의 ‘피클볼 인증샷’

    20·30 피클볼 클럽 ‘투덜새’ 회원 11명은 이날 오후 서진학교 체육관에 모여 배드민턴 코트 3곳에 피클볼 네트를 걸고 경기를 즐겼다. 클럽장을 맡고 있는 허진(34)씨는 미국에 있는 친구의 추천으로 지난해 7월부터 피클볼을 치기 시작했다. 허씨는 “축구를 오래 하면서 다치는 일이 많았는데 피클볼을 치면서는 다치지 않았다. 예상외로 체력 단련이 되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4명의 인원으로 출발한 투덜새는 에스엔에스(SNS) 홍보와 마포구 망원 한강공원 체험존 운영 등을 통해 네달여 만에 27명으로 몸집을 키웠다.

     

    직장인 김지현(29)씨는 지난해 8월부터 피클볼을 시작했다. 김씨는 “자세 훈련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배드민턴·스쿼시와 비슷한 난이도 같다”며 낮은 진입장벽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날 처음 피클볼을 경험했다는 강서구 주민 김수민(29)씨는 “특유의 ‘팡팡’ 소리에 신이 났고, 배드민턴과 달리 힘을 빼고 리듬을 타야 잘 쳐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패들과 공의 저렴한 가격은 피클볼의 낮은 진입장벽의 한 축을 담당한다. 패들은 2만~3만원대부터 50만~70만원대까지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데, 입문자는 저렴한 것으로 시작해 플레이 스타일을 굳힌 뒤 그에 어울리는 모양과 무게의 상위 용품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격형은 길쭉한 패들을, 수비형은 널찍한 패들을 주로 사용한다. 공은 대개 공기 저항을 고려해 실외에서는 구멍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많은 40홀짜리, 실내에서는 구멍의 크기가 크고 개수가 적은 26홀짜리를 쓰며 가격은 1천원 안팎이다.

    국내에 피클볼이 들어온 건 2016년으로, 미국에서 피클볼을 배우고 귀국한 허진무(49)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가 연세피클볼클럽을 만들며 물꼬가 트였다. 또 2017년 미국에서 돌아와 광주피클볼클럽을 만든 강신겸(55)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가 2018년 대한피클볼협회 초대 회장을 맡으며 국내 동호인들을 규합했다. 현재 협회 고문을 맡고 있는 강 교수는 “남녀노소 쉽게 배울 수 있으며, 국내에 배드민턴 코트가 많이 갖춰진 상황이어서 저변 확대가 쉬울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국내 피클볼 인구는 아직 많지 않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00명 수준이었던 국내 동호인 수는 차츰 증가해 2022년 1400명이 됐고, 이듬해인 2023년에는 2800명으로 두배 늘었다. 서울 강동구와 충북 청주에서는 지난해 피클볼 전용 구장이 각각 설립되기도 했다. 도입 초기엔 ‘실버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엠제트(MZ) 세대도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강신겸 교수는 “대다수 운동이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중장년층으로 넘어오는데, 피클볼은 거꾸로 중장년층에서 먼저 유행하고 젊은 동호인들이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피클볼을 해봤다는 엠제트들의 ‘인증샷’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중구의 호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에서 열린 제1회 피클볼 서울 오픈의 혼성복식 경기 장면. 대한피클볼협회 제공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중구의 호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에서 열린 제1회 피클볼 서울 오픈의 혼성복식 경기 장면. 대한피클볼협회 제공

    피클볼 관련 행사도 열리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광장 육조마당에서 ‘화이트 오픈 서울 2023 테니스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이때 피클볼 코트도 설치하고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국내 첫 국제대회도 열렸다. 지난해 10월26~29일 서울 중구의 호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에서는 대한피클볼협회가 주관한 ‘제1회 피클볼 서울 오픈’이 개최돼 400여명의 국내외 선수·동호인들이 참여했다. 평소 농구·풋살 등에 쓰이는 멀티 코트 2개가 피클볼 코트 6개로 탈바꿈했다. 올해 10월에도 이곳에서 ‘제2회 피클볼 서울 오픈’이 열릴 예정이다.

     

    등산·배드민턴에서 피클볼로

    2022년 6월 파주피클볼클럽을 만들고 현재 감사를 맡고 있는 김상인(50) 스마일양한방동물병원 원장은 2021년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피클볼에 빠져들어 1주일에 4~5일, 출근 전 새벽 피클볼을 친다고 했다. “등산을 좋아했는데, 무릎 통증 때문에 하기 힘들었어요. 피클볼을 칠 땐 괜찮더라고요. 손목에도 무리를 느끼지 않아요.” 맨 처음 4명으로 출발한 파주피클볼클럽의 활동 인원은 1년 반이 지난 현재 50여명으로 늘었다. 경기 파주시 동패동 운정건강공원의 실외 농구 코트 및 체육관 등에서 공을 친다.

    14년간 배드민턴을 쳐오던 경기 고양시 한류초등학교 교장 윤영자(62)씨는 2019년부터 피클볼로 갈아탔다. “배드민턴을 치면서는 무릎과 어깨 부상으로 통증이 있었어요. 피클볼은 주에 서너번 쳐도 무릎에 무리가 안 가요. 단체 운동이다 보니 매일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좋고요.” 윤씨는 ‘제1회 피클볼 서울 오픈’ 시니어 여자복식에서 우승을 거둔 실력자다.

    지난달 30일 서진학교 체육관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팀을 이뤄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피클볼’ 경기가 열렸다. 휠체어 피클볼 동호회 ‘마포파라피클볼클럽’ 회원 김애리씨와 ‘투덜새’ 회원 김지현씨가 득점 뒤 서로 패들을 부딪치며 기뻐하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지난달 30일 서진학교 체육관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팀을 이뤄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피클볼’ 경기가 열렸다. 휠체어 피클볼 동호회 ‘마포파라피클볼클럽’ 회원 김애리씨와 ‘투덜새’ 회원 김지현씨가 득점 뒤 서로 패들을 부딪치며 기뻐하고 있다. 스튜디오 어댑터 염서정

    피클볼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지난달 30일 서진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마포파라피클볼클럽(휠체어 피클볼 동호회) 클럽장을 맡고 있는 홍서윤(37)씨는 “여성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은데, 피클볼은 안전하고 쉬워서 즐기기 좋다. 역동적이라 운동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비장애인 동호인이 복식팀을 이뤄 경기하는 ‘하이브리드 피클볼’ 게임을 막 마친 뒤였다. 휠체어 피클볼 플레이어에게는 공이 두번 튀긴 뒤에 쳐도 되는 ‘더블 바운스 룰’이 적용된다. 나머지 규칙은 동일하다. 홍씨는 “패들이 가벼우니 근육 장애 때문에 팔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분들도 무리 없이 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포파라피클볼클럽 회원인 김애리(36)씨는 “처음엔 공 받기도 어려웠는데 차츰 실력이 늘었고 4~5개월 만에 재미를 붙였다. 무엇보다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힘이 많이 됐다.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피클볼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지난해 2월부터 대전시 목원대 체육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피클볼 수업을 하고 있는 정희성(44) 스포츠건강관리학과 교수에게 피클볼의 건강상 이점을 물었다. 정 교수는 “피클볼을 할 때 다리 한쪽을 앞으로 내밀며 자세를 낮추는 ‘런지’ 자세를 오래 유지해야 하므로 하체 근력과 균형 감각이 좋아진다”고 했다. 이어 “가볍게 공을 넘기는 ‘딩킹’이 게임의 주를 이루는데, 이 동작으로 몸통 회전을 많이 하면서 어깨 움직임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운정건강공원 농구 코트에서 네트와 라인을 설치하고 피클볼을 즐기는 파주피클볼클럽 회원들의 모습. 파주피클볼클럽 제공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운정건강공원 농구 코트에서 네트와 라인을 설치하고 피클볼을 즐기는 파주피클볼클럽 회원들의 모습. 파주피클볼클럽 제공

    그러나 과욕은 부상을 부르기도 한다. 부상이 잦은 부위는 어깨와 손목, 발목과 무릎이다. “스매시를 너무 세게 치려다 어깨를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또 하체의 가동 범위 밖으로 움직일 때, 높은 볼 잡다가 스텝이 꼬일 때 넘어지면서 다치니 무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 특정 동작에서 통증을 느끼는 인공관절 사용자와 골다공증 위험자에게는 피클볼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피클볼과 관련한 국내 최대 커뮤니티는 네이버 카페 ‘아이러브피클볼’이다. 이곳을 통해 지역별 동호회에 연락할 수 있으며, 경기 규칙과 지역별 구장과 행사, 용품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에게 배우고 싶다면 수도권에서는 한국체육대학교 평생교육원(서울 송파구), 시립마포청소년센터(서울 마포구), 온조대왕문화체육관(서울 강동구), 금촌다목적실내체육관(경기 파주시)을 이용하면 된다.

    피클볼 경기 규칙

    1.서브

    베이스라인 뒤에 서서 바운스 없이 언더핸드로 대각선으로 공을 보내야 한다.

    2.득점
    서브권을 가지고 있는 선수·팀만 득점할 수 있다. 서브권이 없는 선수·팀이 이긴 경우, 서브권을 가져온다.

    3.기타
    -탁구처럼 11점제.
    -서브 뒤 공이 각 팀 코트에 한번씩 튀긴 이후에만 발리(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치는 것)가 가능한 ‘투 바운스 룰’.
    -네트 앞 2.1m 구역인 ‘논 발리 존’(키친)에서는 발리 금지.
    -단식과 복식 모두 가능.

    ※장애인 피클볼 경기의 경우엔 휠체어 이동 속도를 고려해 공이 두번 튀기고 치는 ‘더블 바운스 룰’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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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062)234-2727 팩스:062)234-2728 이메일:r-cultur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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