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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화의 '5월이야기']3·1운동의 숭고한 가치 잊어선 안돼

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얼마전 양림동 수피아 홀, 105주년 3·1운동을 기념하는 만세 재현 행사가 있었다. 그 어느 해보다도 열기가 뜨거웠다. 수피아 동문들이 매년 관심을 갖고 참석했지만 올핸 유독 많은 동문들이 함께 해 더욱 뜻깊었다. 팔순이 넘은 1961년 졸업생 9회 백경옥선배님을 비롯해 13회, 14회, 19회 등 동문들이 칠순이 넘었는데도 부산과 서울에서 왔다. 한복과 두루마리를 입고 함께 태극기를 흔들면서 “우리 선배들이 큰 일을 했어”하며 눈물을 훔쳤다. 서로 얼싸안고 부둥켜 뛰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재현행사는 105년 전의 숭고했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조국사랑, 인류평화로 전환하는 힘을 부여했다.

1919년 3월10일 광주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은 수피아여학교 학생 전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919년 2월 중순, 1910년경께 수피아 여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김마리아가 수피아 여학교에 들러 당시 교사로 있던 큰 언니 김함라에게 2·8독립선언서를 전해 줬기 때문이다. 또 교사 박애순이 학생들의 독립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매일신보’의 기사를 읽어주고 “만국강화회의에서 우리나라도 독립이 승인됐으므로 각지에서 독립운동을 개시하고 있으니 우리도 운동을 개시해 대한독립만세를 불러야 한다”라고 설득했다. 그 장소가 수피아홀(등록문화재 제158호)이다. 1911년에 건축돼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다. 수피아 대강당 앞에는 1995년 수피아여중·고 총동창회가 건립한 ‘광주3·1만세운동’ 동상이 있다. 당시 옥고를 치른 2명의 교사와 21명의 학생 명단이 있다. 필자가 2019년 ‘양림동사람들’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쓴 이유도 조국을 사랑하고 인류평화를 기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광주 3·1운동 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양림동 주민을 비롯해 수피아학생, 숭일학생, 시민들과 더불어 수피아동창들이 많이 참석했다. 만세 운동 당시 태극기를 만든 수피아홀에서부터 치마저고리를 입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교복을 입은 학생 등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삼창을 외쳤다. 대형 태극기를 앞세우고 수피아여고, 3·1 만세운동길을 거쳐 시민 거리극, 만세 삼창, 거리 행진 등을 펼쳤다.

광주에 터전을 잡은 고려인들도 지난 1일 광주 고려인 마을 일원에서 3·1만세 재현행사를 했다. 3·1절과 1923년 연해주에서 열린 고려인 만세운동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고려인문화관에서부터 홍범도 조각상이 있는 다모아공원까지 고려인들과 마을주민들이 거리행진을 하며 “대한 독립 우라(만세)!”를 외쳤다. 고려인마을은 행사 참여자를 공개 모집했다. 경기도 인천에 사는 김영태 청년이 독립군 홍범도복장을 하고 거리 행진 선두에 참여해 일본군 순사를 물리치는 역할을 했다. 고려인의 항일독립전쟁의 역사를 알리고 ‘대한독립군단 부속 광정단 소속’으로 고려인마을에 기부금 봉투도 전달했다. 참여한 시민들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공개모집한 참가자들이 그 의미와 뜻을 기리는데 함께 하기 위해 복장까지 준비한 모습에 마음이 훈훈했다. 재일 디아스포라 화가 김석출씨가 그 모습을 보고 매우 감동스러워했다. 올해는 1923년 연해주 우수리스크 거주 고려인동포들의 만세운동 101주년이기도 하다. 조국의 독립을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고려인들도 해외에서도 갈망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숭고한 정신을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우리 민족 모두가 기억하고 계승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3·1 운동의 숭고한 이념과 가치가 쭉 계승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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