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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피아 정신이여, 영원하라 / 홍인화

     

    홍인화 前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며칠 후면 수피아 홈커밍 데이다. 준비하는 동안 설레었다. 이렇게 가슴이 설렌 게 얼마 만인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수피아를 졸업한지 벌써 40년이 됐다. 그리고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60여 년 전 1962년 수피아 한덕선 화학 선생님께서 미국 작가 ‘오 헨리’의 ‘20년 후’ (After 20 years)라는 단편을 소개했다.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 먼 훗날의 꿈이 없으면 오늘의 생활이 바를 수 없고 장래의 꿈을 가져야 한다.” 이어, “화학은 물질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변화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 했고, 배운 것은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때 말씀하신 선생님의 진심과 열정은 진리처럼 통하고 있다.

    1963년 교정에 ‘낙우송’을 심었다. 그때 학생들(13회 졸업생)이 1983년, 2003년, 또 20년 후 2023년에 만났다. 그 만남 속에서 오고가게 된 선배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졸업 후 20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모교를 찾고 모교사랑을 실천했다. 그리하여 홈커밍데이 주관기를 탄생시켰다. 삶에 지치고 외롭고 그리울 때 우리의 안식처가 되는 로뎀나무. 이 나무는 세상 속 시련을 겪다가 돌아올 학생들이 쉴 곳, 쉬면서 새 힘을 얻는 곳, 서로가 서로의 기도가 되는 나무다.

    낙우송의 꽃말은 ‘남을 위한 삶’이다. 이걸 듣고 선생님에 대한 추억과 경외심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남을 위하는 삶을 몸소 실천하신 선생님들, 그들의 주변을 살피고 환대하는 삶의 자세를 보면서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언제 보아도 이쁜 교정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누리게 된 것은 큰 축복이다. 이 축복이 후배들에게도 면면히 이어져 선배들이 세운 훌륭하고 숭고한 뜻을 잘 이어갔으면 한다. 그게 수피아의 정신이 아닌가 싶다.

    고아, 과부, 여성, 어린이들의 가족과 친구가 되고, 광주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120년이 됐다. 수피아는 딸이라는 이유로 이름도 제대로 없을 때 1908년 미남장로교 선교회에서 설립한 미션 여학교다. 그리스도 정신에 입각해 운영돼온 사립학교다. 강제 한일합병 이후 일제가 사립학교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성경과 우리말을 가르치고 민족의식을 고양했다. 수피아 여학교 전교생이 3·1만세운동에 참여하고 신사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자진 폐교한 의식이 투철한 학교다. ‘광주3·1만세운동기념동상’도 수피아여학교 총동창회의 주도로 건립했고, 1995년 5월10일 홈커밍데이때 제막식을 했다.

    2008년.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로 3·1만세 재현행사를 거행했다. 재학생, 동문, 교사들과 광주의 각계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3·1만세운동의 민족정신을 널리 알리고 고취시켰다. 그날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치 당시 만세운동을 하던 심정으로 재현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또 3·1만세 100주년인 2019년에는 ‘3·1만세 100주년추진위원회’를 만들어 3·1만세 재현 행사를 펼쳤다. 필자가 메가폰을 잡고 많은 광주시민들(수피아, 숭일, 고려인, 시민단체, 교인)이 참여해 모두 함께 금남로1·2·3가를 가로질러 중앙로까지 내달리며 만세행사를 재현했다. 그야 말로 완전 축제분위기였다. 마치 100년 전 엄혹했던 시절에 만세운동을 했던 그 심정 그대로 재현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쏟아냈다. 지금도 재현행사는 계속되고 있다. 광주의 3·1만세운동은 광주 정신의 출발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으로 이어졌고 이젠 평화를 껴안은 채 통일 운동으로 승화돼야 한다.

    수피아는 여성들 스스로가 주인되는 세상을 꿈꾸게 했다. 여성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한다. 서로가 서로의 꿈이 되고, 미래가 되는 낙우송, 그리고 수피아의 거룩하고 가치있는 이야기는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수피아 정신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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